입시에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수능에서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 든 후 전적대 입학이 결정되던 날, 방 한 켠에 숨어 울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성인으로서 내딛는 첫 발이 ‘실패’라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만 같이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막연한 대안 중 하나였던 ‘편입’이 떠올랐고 “이번에는 다르게, 제대로,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또 한 번의 입시를 시작했습니다. 수년 간 입시로 몸과 마음 모두 몹시 지쳐 있던 당시의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갓 성인으로서 맞이하는 ‘성공’의 경험이 절실했습니다. 전적대에서의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들도 편입에 대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더 나은 수업을 듣고 싶고, 서울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고, 지하철에서 과잠들의 무리를 마주치고도 움츠리지 않고 싶었습니다.
편입 시작 시점의 나의 베이스
영어는 가장 자신 있는 과목 중 하나였습니다. 유일하게 1등급을 받을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편입 준비를 시작하기 전 먼저 준비했던 토익에서 900점대 중반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편입 영어는 전혀 달랐습니다. 단어장에는 처음 보는 어휘들이 많았고 독해 문제는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답에 가까워지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학원 첫 독해 수업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적대 기출 문제를 풀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지문을 읽고 다시 읽어도 낯선 어휘와 난해한 선지 속에서 정답을 골라내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나는 영어 등급도 없고 토익 점수도 없다”고 마음을 고쳐 먹고 편입 준비에 임했습니다. 저 역시 저보다 베이스가 뛰어나거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분들과 경쟁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초반의 격차는 결국 무의미해지는 시점이 옵니다. 실제로 이를 극복해내는 사례도 많으니 불필요하게 위축되거나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학습 노하우(영어)
“편입영어도 결국 영어라는 ‘언어’에 관한 시험”이라는 한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어떤 문제 풀이 스킬이나 시험장 노하우보다도 편입에서 중요한 것이 영어라는 언어를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저의 경우 최대한 일상생활에서 영어와의 접점을 넓히려고 특히 노력했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통학/통원 시간을 활용해 관심 있는 분야의 텍스트를 꾸준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실제 편입시험에 출제되는 기사나 논문의 출처를 찾아 독해하는 연습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꾸준히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 본인의 관심사를 충분히 활용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저의 경우 음악과 영화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리뷰나 기사 등을 구독해 읽으면서 암기한 어휘나 새로 배운 문법 이론, 독해 스킬 등을 활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면접 노하우
편입에서의 면접은 크게 레퍼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면접관님들이 심하게 압박하거나 공격적으로 질문하시지도 않습니다. 이 점을 명심하시고 면접을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를 완전히 복사해서 붙여넣듯 외워 가기보다는 핵심적인 기출 질문들에 대한 답변만을 준비하면 충분합니다. 저의 경우 해당 학과의 기출 질문들을 정리한 뒤 간략한 답변의 핵심을 준비했고 실제 면접장에서 여기에 표현을 일부 더하거나 수정해 답변했습니다.
자기소개서 준비방법
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기만 하다가 1차 합격자 발표 기간이 되어서야 뒤늦게 자기소개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비록 명절 기간에 써 둔 초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갈아엎고 시간에 쫓기며 준비했습니다. 꼭! 필기시험 이후부터의 시간을 잘 활용하셔서 자기소개서 및 면접을 준비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여러 학교의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경우 처음부터 완벽한 완성품을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마감일자를 유연하게 고려해서 조금씩 완성도를 높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A학교 자소서를 쓰면서 얻은 노하우를 B학교, C학교에 적용시키다 보면 점점 더 짜임새 있는 글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나만의 월별 학습계획
본격적으로 편입 준비 하기 이전인 1학년 때에는 학업에 신경 쓰면서 틈틈이 기초적인 어휘나 문법 이론을 챙겨두려고 했습니다. 1학년부터 편입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가볍게 훑는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1~2월은 어휘 암기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고 MVP 두 권을 수없이 펼쳤습니다. 처음에는 깜지를 채우면서, 이후에는 퀴즈를 통해 확인하면서 헷갈리는 어휘를 줄였고, 이후에는 혼동되는 어휘 위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3~4월에는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 문법 이론 암기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내신이나 수능에서도 문법적 영역은 감에 의지해왔던 터라 기초부터 완전히 다시 배운다는 마인드로 이론 교재를 반복해서 복습했습니다. 5~6월부터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합격 당락을 결정 짓는 독해 영역에 집중했습니다. ‘김영편입기출 2단계’ 교재를 바탕으로 유형별/학교별 풀이를 하면서 점차 정답률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한 번에 집중해서 최대한 많은 챕터의 문제들을 풀이한 후 모르거나 헷갈리는 부분은 교수님들께 적극적으로 여쭤보았습니다. 그 후에는 지문을 최대한 세세하게 분석해서 막힘 없이 해석될 수 있도록 하고 지문별로 주제와 요지를 정리하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기출문제를 풀기 시작한 9월 전까지는 취약했던 논리 파트에 집중하면서 다른 영역들도 점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논리 영역의 경우 몰랐거나 헷갈렸던 어휘를 다시 정리하고, 오답만 모아 복습을 반복했습니다. 저는 학교를 병행하며 편입을 준비한 터라 학기에 따라 학습 루틴을 계속 바꾸어야 했습니다. 개강 전이나 방학 때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며 자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였고 학기 중에는 효율적으로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갈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특히 화상강의와 영어 관련 교양 강의를 활용하면서 학업과 편입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2학년 1학기 때까지는 전공 과목을 위주로 수강하여 학원-학교-집을 오가는 루틴을 만들었고, 시험이 다가오는 2학기부터는 학교에 통학하는 날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온라인 교양강의를 주로 수강했습니다.
모의고사 및 기출문제 풀이 전략
모의고사는 지원이나 시험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1년에 가까운 레이스에서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계획이나 목표를 수립하고 성취감도 느끼면서 입시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대략 9월부터 기출문제 풀이를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았나 조바심도 많이 냈는데 돌이켜보면 전혀 부질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목표대학의 10년치 기출문제 풀이를 목표로 잡았고 12월 초까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출문제 풀이를 습관화 하였습니다. 저는 전날 풀 기출을 미리 골라놓고, 실제 시험 시각과 비슷한 오전 10시 전후에 시간을 재고 문제를 푼 뒤 복습하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루에 최대 2개의 기출을 풀었고 시험 시간은 마킹 시간을 감안해 대략 5~10분 정도 줄여서 제한했습니다. 또한 교수님들의 추천을 받아 계획했던 목표 대학에 더해 이화여대, 숙명여대, 가톨릭대와 가천대, 아주대, 국민대 기출도 활용했습니다. 어느 기출이든 다양하게, 많은 연도를 푼다면 좋겠지만 특히 위 학교들의 기출 문제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를 푼 뒤에는 기존에 독해 영역 학습 방법을 적용해서 꼼꼼하게 문장별로 분석한 뒤 ‘문단 끊기’, ‘제목 달기’, ‘주제 찾기’ 같은 연습을 레퍼토리처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암기가 필요한 어휘는 모아 따로 단어장에 정리해 외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의 지원전략과 합격당락에 가장 중요한 것
저는 학원 담임선생님과의 배치상담을 통해서 학교와 학과를 결정한 후 지원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합격 가능성을 높이고 불합격의 위험을 피해서 모집인원수가 많거나 전년도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모두 미디어 관련 학과로 지원하는 걸 추천하셨던 선생님 덕분에 원하던 학교, 원하던 학과에 대부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 관련 학과가 아예 없거나 올해 모집하지 않았던 학교의 경우 모두 (가장 모집인원이 많고)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었던 경영학과로 지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동일계로 학업계획서를 써야 했던 서울시립대에는 최종 불합격했지만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학교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최종합격을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게 필기시험, 자기소개서 및 학업계획서, 면접으로 나누어서 어떤 것부터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필기시험 내의 세부 영역이나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 등 더 구체적인 요소들의 중요도를 서로 비교해가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슬럼프 시기와 극복방법
7월 모의고사에서 등수가 크게 떨어져 스스로 슬럼프에 빠졌나? 걱정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공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남들보다 뒤쳐진 것은 아닌지 불안함이 커졌고 자꾸만 최악의 시나리오만 머릿속에 떠올라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학원 선생님들과의 질의응답이었습니다.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작은 성취감을 모으고, 때로는 공부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고민과 부담을 조금씩 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독해 교수님이 하시던 말씀처럼, 문제를 “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능력이 슬럼프 시기에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시험장이 아닌 학원에서 미리 먼저 틀려본 것이 정말 감사하고 좌절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슬럼프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편입 관련 에피소드
위의 '슬럼프'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성적을 확인하고 한동안은 하루에 세 끼를 챙겨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성적을 받은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맞을까? 나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모두 저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제 때 끼니를 챙기는 것조차 나에게 사치는 아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교수님이 '식사는 했냐'고 물으시더니 '꼭 챙겨먹어야 한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내 주셨습니다. 수사적으로 묻는다고만 생각했던 '식사'가 이렇게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으로 다가올 줄이야 꿈에도 몰랐기에 잊혀지지가 않는 기억입니다.
감사의 인사 / 후배 하고 싶은 말
편입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큽니다. 특히 분당 캠퍼스에서 만난 네 분의 교수님은 한 분 한 분 강의를 듣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행운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생일날 연락 주셔서 본인의 편입 경험을 공유해 주셨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부터 매일같이 드나들던 제게 먼저 힘들지 않냐고 말 걸어 주셨던 김밥집 사장님까지,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에 감사할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1년 동안 저를 믿어주고 격려와 응원을 멈추지 않아주었던 가족들에게 가장 감사합니다. '편입'이라는 단어에는 그 어떤 입시 전형의 이름보다도 큰 간절함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어딘가로 '끼어 들어간다'는 표현이야말로 '편입'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의 노력과 열정을 가장 잘 대변해줄 겁니다. 이런 '끼어듦'의 과정 속에 있는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두 절대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마시고 원하던 대열에 합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면 우리 모두 원하던 길로 들어서서 목적지를 향해 다시 힘차게 달려나갈 날들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
김영편입 가장 많이 도움이 된 것
오프라인 종합반을 선택한 가장 큰 계기는 학습 동기였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수강생들이 있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시절에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컨디션이 나쁘고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도 어제, 그제 보냈던 학원에서의 하루를 계속 반복하면서 패이스를 찾고 집중력을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분당 캠퍼스를 다닌 '이유' 그 자체가 되어주신 배장현, 윤여홍, 장한별, 양병준 교수님과 주영쌤에게도 셀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